이달의 건강과 생명
과월호 보기
특집
건생주치의
건생가이드
건생캠페인
건강한 사람들
신앙클리닉
시론
문학
2002년 3월호

거미줄에 걸린 구름
  글·조임생 (방송대 국어국문과 졸업, <창조 문학> 시 당선, <아동문학연구> 동화 당선, 제15회 한국일보 여성 생활수기 당선, 한국 문인협회, 기독교 문인협회 회원, 시마을 시낭송 회원이며 시집으로 ‘아직도 나는 흔들린다’가 있으며, 신성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아침해가 천천히 산봉우리 위에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널따란 오동나무 잎새 위에서 잠자던 거미아줌마는 한껏 기지개를 켠 후에야 부시시 일어났습니다.
"아함, 잘 잤다. 이제부터 부지런히 일을 해야지."
이른 아침부터 흔들흔들 나뭇잎 그네를 타던 아기바람이 물었습니다.
"아줌마, 무슨 일을 하실거예요?"
"그물을 짜는 일이란다."
"실도 없이 어떻게 그물을 짜요?"
거미아줌마는 뚱뚱한 배를 내밀었습니다.
"아가, 내 뱃속엔 반짝이는 은실이 가득 차 있단다."
아기바람은 깜짝 놀랐습니다.
" 엄마들의 배가 뚱뚱한 건 뱃속에 아기가 있기 때문이잖아요?"
" 물론 아기도 있지. 아기방 바로 옆에 커다란 실창고도 하나 있어."
"히야, 신기하구나!"
"자, 잘 봐!"
거미는 입에서 후루루룩 가느다란 실을 뱉아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은실이었습니다.
아기바람은 눈이 둥그레졌습니다.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거미는 부지런히 그물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나뭇가지 사이에 둥근 바퀴 모양의 거미줄이 높다랗게 걸렸습니다.
"휴우. 일을 다 끝냈으니 이제 좀 쉬어볼까?"
거미는 거미줄에 누웠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유리알처럼 파란 하늘 몇조각이 보였습니다.
"제가 그네를 태워줄께요."
아기바람은 거미줄을 흔들었습니다.
"고맙구나, 아가야."
"그런데 이 거미줄로 뭐 하실거예요?"
아기바람은 궁금했습니다.
"먹이 사냥을 한단다. 아휴. 그러고보니 배가 고프네."
그때였습니다.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나풀나풀 거미줄 근처로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아, 안돼! 나비야, 저쪽으로 가!"
아기바람이 소리쳤지만 나비는 듣지 못했습니다.
"아악. 나비 살려!"
나비는 덜컥 거미줄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미안하다. 나비야. 하지만 너는 내 밥이야."
나비는 도망가려고 몸부림을 쳤습니다.
"다 소용없는 일이야. 절대로 내 거미줄을 벗어 날 순 없다구."
"거미 아줌마, 나비가 불쌍해요. 놓아주세요, 네?"
아기바람이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거미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미안하다. 뱃 속의 아기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는구나."
아기바람은 눈을 꼬옥 감았습니다. 슬펐습니다.
"아, 이제야 배가 부르다."
거미는 뚱뚱한 배를 쓸어내렸습니다. 아기바람은 가만히 눈물을 훔쳐냈습니다.
"아기는 언제 나와요?"
"내일이면 우리 아기들도 저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을거야."
"귀여운 아기들이 얼른 보고 싶어요."
"조금만 참아. 난 좀 쉬어야겠구나."
거미는 나뭇잎 그늘에 누워 콜콜 잠이 들었습니다.
밤새 이슬비가 내렸습니다.
거미줄에 하얀 물방울이 조롱조롱 열렸습니다.
아기바람은 동그란 물방울에 살짝 뽀뽀를 했습니다.
물방울은 톡 부서져버렸습니다. 아기바람은 몸에 묻은 물방울을 얼른 털어버리고 거미아줌마에게 달려갔습니다.
"거미아줌마! 아기는 어디있어요?"
"으응, 우리 아기들 보고싶지?"
그러자 나뭇잎 그늘에 숨어있던 아기 거미들이 조르르 기어나왔습니다. 아주 작고 앙징맞은 아기거미였습니다.
"안녕! 아가들아. 참 귀엽구나!"
아기 바람은 아기 거미들을 흔들흔들 나뭇잎 그네에 태워 주었습니다.
남은 물방울들이 또르르 굴러내렸습니다..
아기 거미들은 저희들끼리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습니다. 술래가 눈을 감고 하낫둘 세는동안숨을 곳을 찾아 재빠르게 흩어져갔습니다.
"식구들이 참 많아졌어요."
"식구들이 많은 건 잠깐이야. 아기들은 빨리 자라거든. 그 다음엔 모두들 떠나 버린단다."
거미 아줌마는 슬픈 표정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아기들은 거미줄을 타며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우린 새처럼 날개는 없지만 공중을 마음대로 다닐 순 있어."
"정말 멋진 일이야!"
"내일은 엄마가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준대."
"와! 신난다."
아기 거미들은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아기바람이 들판을 한바퀴 돌아 나무그늘로 왔을 때 거미 아줌마는 흑흑 울고 있었습니다.
"아줌마, 왜 울어요? 아기들은 다 어디갔어요?"
"다들 떠나버렸단다."
"왜요?"
"이젠 독립 할 때가 되었거든."
"그럼, 축하를 해 주어야지요.그래야 아기들도 기뻐할 거예요."
거미아줌마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얘들아! 모두 잘 살아야 해."
아기바람은 거미줄을 흔들었습니다. 거미줄에 매달려있던 아기거미들의 웃음소리가 우수수 쏟아져 내렸습니다.
텅 빈 거미줄에 지나가던 흰구름 한송이가 걸렸습니다.




[Copyright ⓒ 건강과 생명(www.healthlif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컨텐츠 사용 문의 및 저작권 문의

Untitled Document